산이야기

소백산 겨울을 맛보다. 2017.12.05

늘 푸른 마음 2018. 8. 1. 05:47


소백산 겨울을 맛보다. 
 
수은주 영하 8도이다. 모처럼 소백산 칼바람을 맞아볼 요량으로 등산장비를 챙긴다. 두꺼운 장갑, 두건,얼굴 가리개, 조끼,바람막이등 평소 보다 두툼하게  배낭을 꾸린다.  주목단지에 상고대를 상상하면서 다리안 지구에서 첫발을 대딛는다. 약간 쌀쌀한 날씨이긴하지만 워낙 내겐 평탄한 길이라 발걸음이 가볍다. 계곡은 겨울이 이미 깊어졌음을 알리듯  드문드문 꽁꽁 얼어있고 그아래 맑고 청아한 시냇물이 흘러 삭막한 겨울산행을 위로해준다. 천동 쉼터까지는 지난 첫눈의 흔적이 조금 남아있어 길을 오르는데 별 어려움이 없다. 천동쉼터에서 좋아하는 군계란 두개와 쵸코렛을 먹은후 산행을 다시 시작한다. 고도가 제법 높아서인지 등산로에는 흰눈이 제법 쌓여 겨울 산행의 묘미를 느끼게한다. 아이젠을 깜박 차 트렁크에 놓고 온지라 조심조심 오른다. 이내 주목 군락지 고사목에 도착한다.  아쉽게도 며칠 날이 포근한탓에 오늘 날씨가 추워도 상고대는 열리지 않았다. 주목단지에서 중무장한다. 가져온 목도리,얼굴가리개,두건으로 얼굴을 휘어감고 그위에 모자와 귀마개를 쓴다. 바람막이와 조끼를 껴입고 그위에 자켓을 입는다. 성애가 끼기때문에 안경은 호주머니에 넣고 발의 감각을 이용해 비로봉 눈길을 걷는다. 비로봉 능선길에 다다르니 계곡에서 불어오는 골바람은 나를 날려 버릴듯 씽씽 소리를 내며 몰아친다. 몇번의 경험이 있지만 소백산 비로봉 능선 칼바람은 정말로 악명높다. 완전무장을 했음에도 모골이 송연해지고 손끝이 시리다 . 다부지게 마음먹고 포효하는 바람을 맞아가며 600미터 황량한 벌판을 바쁜 걸음으로 걷는다. 파란 하늘아래 비로봉에 서서 오늘 제대로 소백의 겨울 맛본다.  겨울 소백을 즐기려 왔던 산지기 십여명이  예상치 못한 강풍에 벌벌 떠며 발을 동동 구른다. 나도 체감온도 20도와 강풍으로 채 삼분도 못 버티고 인증샷 한장 찍고 하산한다. 곱은 손을 펴서 소백의 주목과 약간 눈 덮힌 수풀이 어우러진 비로봉 사진을 담는다.
비로봉 능선을 지나왔음에도 몸에서 냉기가 가시지 않는다. 천동쉼터에서 중무장을 풀고 가벼운 차림으로 갈아 입은후 빵하나와 영양갱 하나로 점심을 때운다. 이후 천동 주차장까지 쉬지않고 내리 줄달음이다. 천천히 걷는다고 했는데도 한시간만에 도착이다.
엄동설한에 웬 고생이냐하겠지만 즐기고자 하는 내 마음을 어찌 이길 수 있으랴.
순간을 즐기며 오늘 하루 제대로 즐겼다.

다리안 폭포 얼음이 얼었다.

겨울이 오는 소리

고사목에 눈꽃이

눈내린 소백산 능선. 칼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Who are you?

가볍게 읽은책. 25살 여류 작가가 쓴 100일간 유럽 배낭 여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