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길

1차 트레킹 사흘째(암남공원후문~ 감천항~ 두송반도 전망대 ~ 다대포해안~몰운대~아미산~낙동강 하구둑~ 명지동) 2018.01.25

늘 푸른 마음 2018. 7. 31. 21:12


남해안길 트레킹 사흘째
(암남공원후문~ 감천항~ 두송반도 전망대 ~ 다대포해안~몰운대~아미산~낙동강 하구둑~ 명지동) 
 
창가에 세차게 부딪히는 바람소리는 오늘도 매서운 한파가 몰아칠것 이라고 예고 하는듯 싶다. 비록 추운곳에서 낳고 자란덕에 웬만한 추위는 잘 견디지만 밤새 요란스럽게 울어대는 바닷 바람이 예사롭지가 않다.
새벽 네시 아직 아침이 오려면 한참이다. 잠시 스트레칭을 하고 두눈을 감고 명상에 잠긴다. 그저 버리고 비우고 내리려고 할뿐이다. 아직 명상이 깊숙한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그것으로 족하다. 마음이 고요하고 평화가 깃든다.
배낭에서 법륜 스님의 금강경 강의를 꺼내 읽는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옛 선현들의 공통된 금과옥조와 같은 한 말씀: "너 자신을 버려라. 그리고 세상과 더불어 살고 댓가를 바라지 말고 베풀어라."
참 말로는 쉽지만 실천하기가 쉬운것만은 아니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그 의미를 되새기며 하루 하루 몸과 마음으로 옮기자. 거창한 내일을 꿈꾸기보다는  소중한 내 삶의 한 순간과 하루 를 살뿐이다.
7시 20분  숙소를 출발하는데 채 백걸음을 가기도 전에 근처 냉동 공장 근로자들이 이용하는 간이식당이 있어 걸음을 멈춘다. 근로자 서너 사람이  난롯가에 앉아 막걸리를  마시고 있다. 단골 손님 인듯한 한 근로자의 시시껄렁한 농담에 맞받아치는 주인 할머니 욕 속에 살가운 정이 오간다.  
7시 50분 따뜻한 해장국으로 배를 든든히 한후 매서운 바람을 뚫고 도시의 뿜어대는 매연, 질주하는 차량 , 요란한 공장 기계소리를 동무 삼아 걷다보니 9시  드디어 감천항 부두에 도착한다. 이후 포장도로를 걷고 10분이 지났을까 갈매길은 언덕배기로 향하고 이윽고 나타난 두송반도 둘레길은 한결 조용하고 한적하다.아침 햇살을 받으며 걸으니 한결 따뜻하다.
9시50분 두송반도 전망대에 도착한다. 12킬로를  두시간만에 걸으니 딴은 내가  건각준족인것 같다. 이후로도 해안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니 세시간 넘게 쉬지않고 줄곧 걸었고 목이 마르다. 11시 30분 다대포 해변 앞 카페 '벵가'에서 아포카토 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잠시 쉰다.  추운 날씨때문에  내달렸는가. 루가웹으로 네 시간  거리를 두시간 반만에 걸었으니..
몰운대 유원지 둘레길을 걸어 화손대에 도착해 왼쪽 해안을 바라보니 멀리 내가 걸었던 태종대, 송도해안길, 두송 전망대가 보인다. 다시 발을 재촉해 몰운대길을 걷다가 해안으로 내려가 손도 씻어 본다. 해안절경의 묘미를두루 두루 즐겨본다.
다시 다대포해수욕장으로 되돌아 오니 오후 한시다.  근처 식당에서 늦은 점심으로 물회 한그릇  한다.
우럭과 쥐치의 육질이 쫄깃쫄깃해  씹히는 입감이 참 좋다
초장,배 ,톳, 야채, 깨가 함께  어울려져 버므려지니 새콤, 달콤 하면서도 시원하며 톡 쏘는 오묘한 맛을 낸다.
매운 육수는 혀를 톡 쏘며 목구멍을 타고 내려와 위장을 자극한다.
코끝과 이마에 땀이 맺히고  한 방에 피로가 싹 가시는 청량감이 느껴진다.
박하사탕으로 열이 난 입안을 희석시킨다. 한끼 든든히 먹으니  다시 힘이 솟는다. 식당밖으로 나가니 오후 들어 바람이  더 거세게 불어온다. 소백산 칼바람도 이겨냈는데 이따위 바람쯤이야 하며 가볍게 무시한다. 평지를 10여분 걸었을까 다시 코스는 아미산을 향해 언덕으로 방향을 튼다. 다시
가뿐 숨을 헐떡이며 걸음을 재촉한다. 아미산 전망대에 올라 낙동강 하구를 바라보니 은빛 모래 더미가 재대로 카메라에 잡힌다. 이후 길은 아미산 중턱까지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어 아스팔트길이다. 아파트 단지 막바지에 다다를 때 쯤 아미산 둘레길이 나타나고 호젓한 오솔길에  왼쪽으로 낙동강 하구가 나란이 흐르니  산책을 즐기려고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다. 제법 많이 걸었는데도 소나무 숲길을 따라 내리막 길을 걸으니 걷는 즐거움에 연신 콧노래가 나온다. 아미산을 벗어난 이후 낙동강 하구둑까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강을 따라 거꾸로 올라간다. 벌써 여덞시간째 걷고 있다. 강변 길을 따라 걸은지  30분만에 오늘의 목적지 낙동강 하구둑에  마침내 도착했다.
그러나  잠잘곳이 마땅치 않아 네이버로 숙소를 검색하니 적당한 숙소는 3킬로는 더 걸어야 한다.  어차피 가는거 오늘은 진짜 많이 걸었지만 조금 더 걷는다고 지치랴.   3킬로 더 걸어 명지동에 있는 모텔에 도착하니 무려 30킬로나 걸었다. 헐.
5시 10분  일단 숙소를 정한후  근처 낙동강 재첩국집에서 이른 저녁식사를 한다.
제첩 진국 회덮밥. 오늘의 저녁 메뉴다. 힘든 하루 여정을 보낸 수고한 나를 위한 특별한 보상이다.
제첩국은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고 시원하다.
새싹,당근, 제첩, 썰은 김, 부추에 밥과 초장을 부어 함께 섞어 비빈 후 김으로 싸서 한입 먹으니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매콤 달콤함과 또 달리 형언 할 수없는 맛이 입안에 감돈다.
오늘은 두 다리와 입이 함께 즐거웠던 행복한 하루다

다대포항구

몰운대 해안선

몰운대 앞 무인도

화순대에서 바라본 내가 걸었던 해안들

몰운대 전망대 앞 섬

자갈마당

파도치는 해안

다대포 객잔

아미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낙동강 하구

을숙도 대교

낙동강 하구 해안 갈매길에서

파도타기 하는 오리들

낙동강 하구둑

을숙도 철새 도래지 표지석

명지동 해안 정박중인 어선들

점심 물회

저녁 제첩 진국 비빔회덮밥

몰온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