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휴식을 취하며 영화"꾼"과 책이나 보려 했는데 차 위에 수북히 쌓인 눈이 마음을 바꾸게 한다. 다시 집으로 올라가 등산 채비를 하고 나선다. 제법 눈이 내렸으니 정방사 가는길 수북히 쌓인 눈을 밟으며 설국을 상상한다.
옥순대교에서 옥순봉을 바라보니 내 좋아하는 한폭의 수묵화다. 들뜬 맘 진정시키고 정방사로 향한다. 아홉시 얼음골 입구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후 아이젠을 착용하고 정방사 자드락길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흰눈이 쌓여있어 제대로 눈길을 밟았으나 이내 도로는 날씨가 포근한 탓인지 많은곳에서 눈의 흔적을 찾아볼수 없다. 아이젠이 무색할 정도였고 설국의 꿈은 날아가 버렸다.
간간이 남아있는 눈위를 밟으며 나는 뽀드득 뽀드득 소리.
가지에 쌓였던 눈이 빗방울 되어 낙엽에 떨어지는 소리.
메마른 가지를 쪼아대는 딱따구리 소리.
허공을 맴돌며 울어대는 까마귀 소리.
이나무 저나무 옮겨 다니며 지저대는 산새소리.
그리고 멀리 산사에서 울려나오는 스님의 독경소리.
여러 소리가 함께 어울려 앙상블을 내니 자연은 눈으로 못다한 즐거움을 귀로 위로 해준다.
천천히 천천히 걸었음에도 한시간만에 정방사에 올라 잠시 쉬면서 풍광을 바라보나 날이 흐려 오늘도 월악산 영봉을 보지 못했다. 물 한모금도 마시지 않고 한걸음 한걸음 조심 조심 내려 오는데 한무리 등산객들이 올라오고 있다. 정방사 자드락길이 그리 어렵지 않아서인지 평일에도 등산객들을 많이 본다.
출발지에 돌아오니 열한시도 채 안되었다. 참 가벼운 산보였다.
모처럼 금성 왕건 반점에서 이른 점심으로 굴짬뽕 한그릇 뚝딱한후 내가 가끔씩 들리는 까페 "커피라크" 로 향한다. 활활 타오르는 벽난로 옆에 앉아서 아메리카노 한잔과 함께 가지고 간 책을 읽으며 남은 반나절를 보낸다.
때로는 내가 원하는 것이 어긋나도 좋다. 그것도 내 인생의 일부라고 겸허히 받아들이며 다만 웃으며 하루를 즐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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